티스토리 뷰

읽기

백수린, ‘다정한 매일매일’

eunjini 2021. 1. 13. 10:35



백수린 소설가의 첫 산문집.
이 사람의 소설을 따라가며 읽다가
산문집을 읽으니 작가가 더 좋아졌다.

책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빵들이나 읽었다는 책들은
나와 익숙하지도, 오히려 생소한 것들이 많았는데. 어쩐지 어떤 냄새를 가진 빵일지, 어떤 느낌의 책일지 그냥 다 알 것만 같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리는 살면서 사랑하려 애쓰거나, 그러지 않거나 두 가지밖에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렇다면 가능한 한 나는, 언제나 사랑의 편에 서고 싶다. (193쪽)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라면, 계속 읽어봐도 되겠다는(읽어야겠다는) 믿음을 준 책이다.
백수린, 애정하는 작가가 생겼다.

이상하고 슬픈 일투성이인 세상이지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의 매일매일 또한 다정해지길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만 같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녕을 빌어줄 힘만큼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을 것이므로. 그런 마음으로 당신에게 이 책을 건넨다. 우리의 매일매일이 다정하다고 섣부르게 믿고 있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다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다운 사람들끼리 향기로운 차와 빵을 놓고 마주앉아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 아무 근심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그날이 우리에게 어서 다시 오기를 기다리면서. (6쪽, 작가의 말 중)

세상 어딘가에 나와 공명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88쪽)

마음의 눈은 어째서 이토록 형편없는 근시인 것인지. 우리는 어떤 일이 눈앞에 직접 닥쳤을 때에야 비로소 하나에 촘촘하게 얽혀 있는 수많은 다른 선들을 볼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쉽게 금을 긋고 선과 악, 옳고 그름 중 하나를 택하라고 소리 높여 말하는 이들은 대부분 멀찍이 떨어진 강의 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216쪽)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뿐이다. (221쪽)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