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왜 이렇게 지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나는 자신이 없다.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자신이 없다. (34쪽) ⠀ 목련도 피었다가 졌고 민들레도 피었다가 졌다. 어떤 꽃이 갑자기 피었다가 갑자기 지는 일이 모두 4월 한 달 안에 일어난다는 것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그때로 불려간다. (50쪽) ⠀ 나는 키즈폰 앱을 닫고는 아이가 걷어찬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나에ᄀ..
⠀ “좋은 순간을 살면 좋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알고,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사람의 이야기. ⠀ 꽃을 보고, 식물을 가꾸고, 시를 읽고, 노을을 보며, 오래된 궁에서 눈을 맞는 운치를 즐기고, 뜻대로 되지 않는 가족 여행에서 도리어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소박한 사진들이 페이지를 채운다. ⠀ “행복”이라고 거창하게 마..
법학을 공부하고 사회교육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인 저자. 착한 척한다고 비난하면 달게 받겠다고, 냉소보다는 차라리 위선을 택하려 한다는(103쪽) 단호한 다짐 안에 느껴지는 선의가 귀하고 따뜻하게 느껴져 나 또한 그러리라고 다짐하게 만드는 책이다. 인생에 가장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에 선물 받은 책이었기에 글쓴이가 말하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작은 이야기들에 자꾸만 진심이 되어 공감하느라 페이지를 천천히 곱씹어 넘겼다. 찰나의 선의라도 그 자체의 가치를 알며, 분노의 힘은 어디서 나와야 하는지 아는 정의로움과 ‘나일 수 없는 너’와 ‘너일 수 없는 나’가 서로에게 ‘듣는 귀’라도 되어주자는 저자의 시선이 참말 좋았다. 마지막 에필로그에 닿아선 편집자 이환희 선생님에게 띄우는 이야기에 아,..
이슬아 인터뷰집 글도 맛깔나게 쓰는 그녀, 인터뷰 기록 또한 못지 않아서 밤에 무심코 집어들었다가 자정이 되도록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녀가 마주한 네 명의 사람들. 대화를 읽으며 내 시야 또한 ‘확장’되어가는 느낌. 세월호, 비건, 페미니즘, 장애인 등 우리 사회가 피해 갈 수 없는 주제들에 대해 가볍지도 그렇다고 심오하지만도 않게 부드럽고 건강한 시선으로 말하고 있었다. 특히 정혜윤의 인터뷰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유진목의 말 중 ‘자기 스스로의 신이 되는 일’도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아이들과 수행평가로 인터뷰하고 기록하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저는 ‘다시’라는 단어가 그렇게 부드러워요. 다시 하고 싶어 하는 마음.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 실수를 만회하고 다시 용..
1월에 올해의 첫 책으로 골목책방에서 구매하고, 2월에서야 읽고, 3월 중순이 되어서야 갈무리.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어른이란 건 결과적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과정’ 중에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나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 가까운 주변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 고양이, 그림, 어린이, 식물... 천천히 살펴보고 마음을 기꺼이 나누는 작가의 시선을 나 또한 기꺼이 닮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던 글들. 진실도 작게 말하는,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 가 될 작가를 상상하면서 할머니가 된 나의 모습 또한 걱정 반, 기대 반. 으로 읽었다.
20년 직장 생활을 접고, 직접 읽은 책, 밑줄 그은 책들을 모아 책방을 만든 이야기. 독립된 공간에 대한 욕망은 누구에게라도 잠재하기 마련. 그 중에서도 책이라는 물성을 사랑하는 이로서 “자기만의 책방”을 꿈꾸지 않아본 자 있을까! 온전한 ‘나’의 읽기 공간을 이루어내는 모습이 정말이지 멋졌다. 게다가 육아와 관련해서 읽기를 위한 공간과 시간이 더욱 절실했음을 묘사하는 부분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슬기,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책도 떠오르고.) 내가 더 행복해지려면 좋은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하듯 공간도 그렇다. 내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공간을 찾으면 능률이 업그레이드된다. (9쪽) 내 공간에 대한 로망을 갖는다는 것, 내 공간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것은 나를 소중히 돌보고 싶다는 증거다..
쌀-재난-국가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엮어낸 책이다. 처음 제목만 들어서는 무슨 쌀 재난? 싶지만, 프롤로그를 읽어보면 세 단어의 연관성이 금방 이해가 된다. 현대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나 위계질서, 불안의식 등 사회의 여러 다층적인 면들을 쌀을 주식으로 하는 농경사회의 구조에서부터 비롯된 동아시아인의 특성에서 분석해내고 있는 책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와 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는 단순히 먹는 것의 종류만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주식을 해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재난에 대응하며, 국가가 결속되거나 해체되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한국 사회 불평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벼농사 위계 구조의 유산인 연공제를 버려야 함을 꼬집으며, “그렇게 해서 이 마을 이 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