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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순간을 살면 좋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알고,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사람의 이야기.

꽃을 보고, 식물을 가꾸고, 시를 읽고, 노을을 보며,
오래된 궁에서 눈을 맞는 운치를 즐기고,
뜻대로 되지 않는 가족 여행에서 도리어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소박한 사진들이 페이지를 채운다.

“행복”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엔 어쩐지 쑥스러워
그저 “행복의 ㅎ을 모으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글쓴이가 어쩐지 정겹고 그 마음결이 마음에 든다.

순간의 행복을 기억하고, 수집하는 사람답게
계절을 이야기하는 페이지가 많았다.
원하지도 않았던 일들로 이 계절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은
꽤 단호하기까지 했고, 가장 좋아하는 여름에 대한 이야기도,
4번째로 좋아한다는 겨울에 대한 이야기도 모두 공감이 가서
나또한 나의 계절들을 하나하나 잘 건너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1년이 사계절로 이루어진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일까. 너무 쉽게 지나가는 시간들. 다음에, 나중에, 하는 사이 바뀌어 있는 계절들. 그러니까 봄은 봄인 줄 알고, 여름은 여름인 줄 알고, 좋은 시간을 보내두라고. 왜냐하면 그 계절은, 지금도 쉼 없이 가고 있기 때문에. (9쪽)

좋은 시간을 보내자.
좋은 순간들을 모으고, 기억해두자.
그리고 그 좋은 순간들로 앞으로의 시간들을 채워가자.

1년이 사계절로 이루어진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일까. 너무 쉽게 지나가는 시간들. 다음에, 나중에, 하는 사이 바뀌어 있는 계절들. 그러니까 봄은 봄인 줄 알고, 여름은 여름인 줄 알고, 좋은 시간을 보내두라고. 왜냐하면 그 계절은, 지금도 쉼 없이 가고 있기 때문에. (9쪽)

오늘 하루를 시들게 두지 않으려는 사람들. 물을 주고 마른 잎을 떼어내며 오늘을 돌보는 사람들. 집 앞에 하늘을 들이고 꽃밭을 가꾸는 마음이라면, 내가 모르는 삶에 대한 어떤 대답을 알고 있을 것도 같았다. (…) 꽃이든 대파든 저토록 싱싱하게 키우는 이들이 내겐 진짜 생활의 달인 같다.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오늘을 돌볼 것이다.
하루가 모여 결국 평생이 되므로. (30쪽)

그런 것도 행복이라 부를 수 있다면. 너무 작은 행복이니 어쩌면 ㅎ이라 불러야 할까? (55쪽)

좋은 순간을 살면, 좋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 (58쪽)

꽃은 그래서 참 꽃답다. 저 홀로 아름답게 피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픈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드니. (64쪽)

일주일 동안 꽃봉오리가 조금씩 열리고, 꽃이 피고, 봄비에 젖는 것을 지켜보았다. 봄이 오면 늘 꽃을 보러 어딘가로 가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올해는 목련을 바라보는 사이 봄이 깊어졌다. 언젠가 밑줄 그어둔 문장처럼, 여기에 있는 봄을 나는 왜 봄이라고 치지 않았을까? (아, 여기에 있는 가을을 나는 왜 가을이라고 치지 않았을까? - 박웅현, ‘여덟 단어’ 중에서) (67쪽)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더 나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어. 지금 맥주 한 잔이 주는 작은 기쁨을 밀어두지 않은 너는, 너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151쪽)

나는 아무 데나 펼쳐 시 한두 편을 읽다가 먼 바다를 보곤 했다. 여행지에서 그런 식의 독서를 하기엔 시집만큼 좋은 친구가 없다. 이미 읽었던 시가 다시 읽어도 또 좋을 때, 나는 그것이 시인과 함께 걷는 산책 같이 좋았다. 말수 적은 시인의 곁을 따라 걸으며, 드물게 꺼내놓는 말 중에 기억하고 싶은 것이 생길 때마다 마음의 귀퉁이를 작게 접어두는 기분. (179쪽)

그러고 나선 또 다짐. 적어도 내가 정말 원한 적도 없는 것들 때문에 애쓰다가 계절을 놓치지는 말아야지. (189쪽)

무엇을 할 때 좋은지,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그런 것들을 나누지 못한 채로 우리는 살아왔다. 먹고 살기 바빠서 혹은 그럴 만한 성격이 못 돼서, 하는 핑계에 쉽게 기대면서. 그래서 문 틈 사이로 잠든 모습을 들여다보듯, 서로의 무방비한 얼굴을 문득 보게 될 때면 조금 쑥쓰러워지고 만다.
가족이라는 말을 떠나, 새삼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 달므을 제대로 이해해본 적 없는 채로 세월은 쌓이고, 이제는 그저 함께 있는 것이 어쩌면 이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이해할 수 있어서 사랑하는 건 아니다. 사랑해서 어떻게든 이해하고 싶어지나 그마저도 늘 실패할 뿐. (219쪽)

일상을 지나다 나도 모르게 ‘아 좋다’라고 내뱉은 순간들을 기억해둔다. 그런 순간이 우연히 다시 찾아오길 기다리는 대신, 시간을 내어 먼저 그런 순간으로 간다. 좋아해서 하고 싶다고, 가고 싶다고 마음 먹은 일들도 막상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지 않으면 흩어지기 쉬웠다. 올해는 그렇게 마음이 흩어지도록 두고 싶지 않았다.
봄의 나무 아래를 걷는 순간을 좋아한다면, 그저 스스로 시간을 내어 좀 더 자주 걸으면 되는 일이었다.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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