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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eunjini 2018. 10. 24. 15:23

 

 

 

 

  소통의 단절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도시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우연히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14쪽)

 

 

  하지만 당신이 만 원짜리 수제 햄버거를 먹을 때 내가 5천 원짜리 쫄면을 먹는다면, 나는 별로 기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음식 모두 나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성은 행복의 가능성을 높인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학교 건물에서 공부한다고 평등한 세상은 아니다. (50쪽)

 

 

  지금 생각해 보면 야간 자율 학습실은 청소년기에 공식적으로 부모를 떠나 있을 수 있게 해 준 우리들만의 거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비용 대비 공간을 빌리는 순서는 가장 저렴한 편의점부터 PC방, 카페, 노래방, 모텔 순서다. 우리의 주거 공간에 사적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청소년은 편의점과 PC방으로 가고 대학생은 카페와 모텔로 가고, 직장인은 차를 산다. (108쪽)

 

 

  인간 몸의 진화 속도는 멈추어 선 것처럼 보이는데 주변 환경이 커지고 빨라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내가 자동차를 탈 때는 빨리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내 능력이 향상된 것처럼 느끼게 되지만 자동차 옆을 걷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차이가 더 커질 뿐이다.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점점 발달할수록 모든 사람은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되어 간다. 점점 소립자가 되어 가는 것이다. 하나의 기계처럼 잘 돌아가는 도시 조직 내에서 인간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 도시는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118쪽)

 

 

  걷고 싶은 환경이 되려면 걸을 때 풍경이 바뀌어야 한다. 그 풍경은 다양한 가게일 수도 있고 샛길로 나오는 다른 길의 풍경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 강남에서는 잘 안 걷게 되어도 뉴욕이나 로마에 가면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강북의 북촌이나 삼청동 같은 골목길이 많은 곳을 걸으면 우연한 풍경들이 계속 다양하게 바뀌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공간에서 걷기를 즐긴다. 우리의 골목길은 로마의 골목길보다 밀도가 두 배나 높은 풍경의 변화가 있는 길이다. 골목길은 사람이 다니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사람에게 익숙한 크기와 길이로 나누어진 사람 중심의 길이다. (137쪽)

 

 

  강남의 건축적 문제는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해 간다는 것이다. 강남은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도 공짜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3장에서도 언급했듯이 맨해튼에 집이 없는 뉴저지 사람도 뉴욕의 공원과 거리를 값싼 핫도그를 먹으면서 즐길 수 있다. 금요일 저녁에는 현대 미술관에 무료입장도 할 수 있고, 광장의 벼룩시장은 누구나가 이용한다. 그들은 뉴욕을 자신의 도시라고 생각한다. 강남의 거리는 돈 없이도 갈 곳이 많아져야 하며, 자동차 중심 거리보다는 보행 친화적인 거리가 관통해서 옆 동네에서도 편하게 올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295쪽)

 

 

  새로운 기기가 발달하면 우리 삶의 모습과 공간의 의미가 달라진다. 이 변화의 시기에 어영부영하다가는 우리가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신기술이 만들어 놓은 공간에 조종만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건축 공간이 만들어 내는 환경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쳐다볼 수 있기 떄문이다 (371쪽)

 

 

  건축물을 만들 때 우리는 건축물 자체에 초첨을 맞춰서는 안 된다. 그 건축물이 담아내는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차를 선택할 때 자동차의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외관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동차를 누구와 함께 타고 어디를 가느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건축과 도시를 만들 때 건축물 자체보다는 그 공간 안에서 이루어질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해야 한다. (3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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