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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식 이후, 1일 1권 독서중.
밤마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내 어깨를 짓누르는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마음의 무게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는다.

권석천 칼럼니스트의 책.
오래 들여다보고 깊이 생각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표현들이 있다.
그런 통찰력이 느껴진 책이다.
시선은 날카롭고,
문장은 명징하다.
나는 나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속한 관계나 공동체, 사회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
의심하게 해준다. 사유하게 해준다.
밑줄 그어 남겨 놓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기준’이라는 것에 대한 한 꼭지가 통째로 좋았다.
(요즘의 나에게 필요했던 문장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든지
또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당장 내가 속해 있는 어떤 관계들에 대해서도,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고,
나만의 어떤 ‘기준’이라는 것이 없고서는
‘어른’다울 수 없다는 것. 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동백이 엄마(이정은 분)의 말대로 “그래, 쫄지 말자. 쪼니까 만만해지는 거다.”
ㅡㅡㅡ
중요한 것은 분명한 자기 기준이다. 자기 기준이 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아무리 힘 있는 사람이 뭐라고 압박해도, 내 자신의 욕망이 뭐라고 유혹해도, 때로는 흔들리면서도, 가야 할 길을 간다. 중간에 경로를 이탈하더라도 내비게이션이 다시 경로를 재설정하듯이, 자기 기준만 잃지 않으면 끝내 목적지에 도착한다.
자기 기준은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내가 지켜야 할 삶의 원칙들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 원칙이란 것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동백의 원칙인 ‘술만 판다’, ‘노 매너에 노 서비스’, ‘반말하면 나도 반말’처럼 단순하고 명료하면 된다. 단순하고 명료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급할 때 건너뛰기 때문이다. (...)
자기 기준을 갖고 산다는 게 쉽겠냐고? 물론 쉽지도 않지만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어려운 일일수록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진지하게 고민하되 일단 결정하고 나면,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판단되면 뒷일 걱정하지 말고 ‘정말 가볍게’ 갈 길을 가는 거다. 동백이 엄마(이정은)는 말한다. “쫄지 마라. 쫄지 마. 쪼니까 만만하지.” 쪼니까 만만하고 쪼니까 하찮아지는 거다. (201~203쪽 중에서)
+) 그리고, 이 판결문. 아!

‘너를 위해’ 이데올로기는 위험하다. 진심으로 ‘너를 위한 것’일지라도 자칫 너에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변질되기 쉽다. 자식에 대한 관심이 집착과 학대로, 사랑이 스토킹으로 변하는 건 순간이다. 너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얼마든지 무례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어떤 관계든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는 적정 거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집에 가서도 사회생활 하듯이 하면 100점짜리 부모’라는 조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가 진짜 필요한 건 가까운 사이에서다.
걱정하지 말라고? 자녀나 후배 직원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있따고? 그 정도 분별력은 있는 사람이라고? 잠시 시간이 있다면 주차장에 가보라. 그리고 자동차 사이드미러에 새겨진 문구를 읽어보라. 사물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다. (50쪽)
고등학교 떄 공부를 얼마나 잘했는지, 수능을 얼마나 잘 봤는지가 평생을 가는 게 합리적인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10대 후반에 시험 공부를 얼마나 잘했고,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하지 않음을 절감하곤 한다. 실력을 좌우하는 것은 자기 분야에서 깊이와 새로움을 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느냐다. (139쪽)
퇴근 후 회식 자리에서도 회사 얘기를 했고, 회사 사람 얘기를 했고, 회사 걱정을 했다. 회사가 사원들 걱정을 해야 하는데, 사원들이 회사 걱정을 하는 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직장 문화다. (141쪽)
직업이 전부는 아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에 직업도 있는 것이다. 직업은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방편일 뿐이다. 삶을 직업에 맞추는 게 아니라 직업을 삶에 맞춰야 한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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