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네 마리 토끼’(4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여성이자, 시인인 사람. 표지에 반했고, (아마도 아이들의 그림일 것 같은) 삽화들의 그림체가 정겨워서 눈길이 갔던 책이다. 게다가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라는 제목까지 가져 시인인 엄마가 아이들의 말소리를 듣고 글로 쓴다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내용은 아니어서 좀 아쉬웠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대체로 영화 리뷰나 서평에 가까운 글들을 엮어놓은 느낌이라서...)
그럼에도 읽어볼 만했던 건 시인의 글맛 덕분에.
사람들이 삶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은 대체로 형체가 없는 단어들인데.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나 문화, 예술, 그러니까 ‘사람살이’에는
구체적인 사랑과 다정한 시선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폭력적인 세계에서 평화를 꿈꾸는 일이 무용하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계의 불화 속에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것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져도 인간은 하던 일을 마저 하고, 계속될 것 같은 일들이 갑자기 멈추어도 사람은 죽지 않는다. 이 모든 혼란과 혼돈 속에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주저앉더라도 삶은 지속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환기해본다. (8쪽)
조금 더 가벼운 중년을 꿈꿔본다. 자고 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을 믿고 싶다. (29쪽)
이 부질없는 작업을 끈기 있게 이어가는 아이들을 인내심을 갖고 바라봐야 하는 것이 엄마의 자리일까. (...) 인정하기 싫어도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뼈아프게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은 태어났나 보다. (56쪽)
매일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지어 함께 나눠 먹는 것은 아무래도 ‘미지근한’ 사랑인 것 같다. 그 미지근함에 미움과 엉성함이, 무지와 오해가 조금씩 섞이더라도 말이다. (81쪽)
살아 있다는 것은 얼마간 다른 이의 죽음을 기억하는 일이어서 내 심장박동 속에 그들이 울려 퍼진다. 슬픔의 다른 이름은 책임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의 하루는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 슬퍼하되 슬픔에 잠식되지 않는 것. (162쪽)
책은 우리에게 책을 덮고 나가서 멋진 삶을 펼치기를 주문한다. 책을 덮고 책 바깥에서 삶을 구하라는 네루다의 시야말로 명백하게 책을 기리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거리를 걸으며 인생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기 위해 책을 덮어야 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책을 여는 어ᄄᅠᆫ 순간에 대한 필요성을 일꺠운다. 책은 자그마한 숲이며, 향기이며, 아름다움이며, 승리이다. 책을 덮고 나만의 삶을 펼치려면, 일단 책을 들고 읽는 일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네루다는 참 멋지게 적어두었다. (236쪽)
일주일에 한 번만 학교를 가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도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무척 즐겁다. 아이들의 무지와 순수함이 어른인 나의 걱정과 불안보다 힘이 세서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건넌다. (252쪽)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0) | 2021.01.21 |
|---|---|
| 정세랑, ‘목소리를 드릴게요’ (0) | 2021.01.20 |
| 한정원, ‘시와 산책’ (0) | 2021.01.17 |
| 류시화, ‘마음챙김의 시’ (0) | 2021.01.17 |
| 권석천, ‘사람에 대한 예의’ (0) | 2021.01.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