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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나는 그가, 적어도, 대화를 더 이어주길 바랐던 것 같다. 내 기분을 알은척해주길 바랐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 얘기해보고 싶었고, 그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나보다 더 삶의 경험이 많은 이로부터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관점의 말을 듣길 기대했다. 아마도 우호적이지만 균형 잡힌, 그런 말을. 내가 아직 나이가 어려 모르는, 그런 게 있을 것 같았다. (196쪽, 김세희, '가만한 나날')

 

 

 

  모든 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난 그때 그 순간으로 말미암아 한 시절이, 인생의 아주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끝나버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원한다면 뭐든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 세상의 꽤 많은 것들이이미 다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시절, 다섯 개의 색만으로 무슨그림이든 그릴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304쪽, 박상영,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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