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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문학동네' 페이지를 팔로우하면서 알게 되었던 책이다. 마침 학교 도서관에 있길래 대출해서 읽었다. (어떤 책을 대출해도 빳빳한 새책인 우리 학교 도서관.. 너무 좋다...) 단편소설집인데, 표제작 '쇼코의 미소'가 가장 좋았다. 어느 정도 책 읽는 통밥으로 읽으면서 '쇼코'가 아플 것이라는 짐작은 했다.
'쇼코'와 '나'의 할아버지가 주고 받은 편지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할아버지' 같았던, 이제는 내 곁에 없는 나의 아버지를 자연 떠올리게 됐다. 너무 엄해서, 너무 대화가 안돼서, 너무 이해할 수 없어서, 때로 너무 싫었던 나의 아빠. 늙어가면서 나약함만 남아있던 모습도 가슴이 아파서 그래서 왠지 더 모르는 척 하고 싶었던 나의 아빠. 하지만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했던 한 사람은 바로 아빠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염을 할 때, 온몸으로 울어댔던, 울기밖에 못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책을 읽던 식탁 의자에 덩그러니 한참을 앉아 책 표지만 쓰다듬었다.
책 속의 단편소설들은 하나같이 저마다 상실의 아픔을 간직한, 하지만 너무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베트남 전쟁이나 세월호 등 현실 문제에 대한 나름의 자각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간결하고, 단정하고, 맑고, 그래서 더 외롭게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는 작가의 문체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져주고, 여러 생각들을 아프게 돌이켜보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 밑줄긋기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24쪽, '쇼코의 미소')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92쪽, '씬짜오, 씬짜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 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105쪽,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그리고 그 빗장 바깥에서 서로에게 절대로 상처를 입히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같이 계를 하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고 등산을 했다. 스무 살 때로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그때는 뭘 모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면서. (115쪽,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238쪽, '미카엘라')
아이는 저만의 숨으로, 빛으로 여자를 지켰다. 이 세상의 어둠이 그녀에게 속삭이지 못하도록 그녀를 지켜주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저들 부모의 삶을 지키는 천사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누구도 그 천사들을 부모의 품으로부터 가로채갈 수는 없다. 누구도. (241쪽,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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