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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글은 쉽지 않다.

생각을 깊이 해봐야 하는 철학적 사유를 주 내용으로 하고

우리말 느낌에 쉽게 와닿지 않는 특유의 번역투가 글 읽기를 어렵게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한 문장 씩 곱씹어 읽게 하고, 천천히 생각해보게 하는 힘도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었다. (예전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을 읽은 적이 있다.)

'연애-결혼-출산'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육아'의 길을 걷고 있는 '나'이기에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라비'와 '커스틴'의 이야기가 아주 딴나라 이야기 같지는 않았다.

 

사랑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사랑의 지속'이 (어쩌면 더)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각기 다른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각자의 성장 과정을 거친 남녀가

다시 다른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살아간다는 자체가

이미 평범하면서도 평범치 않은 대단한 일인데,

거기에 '사랑'이라는 요소까지 결부되어 그것이 오래오래 지속되려면

당연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인내'하고 '알아가야' 할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 밑줄 긋기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심산할 만큼 감동적인 최초의 순간들에 잠식당하고 기만당해왔다. 우리는 러브스토리들에 너무 이른 결말을 허용해왔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 (27, ‘낭만주의’)

 

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다. (30, ‘낭만주의’)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소통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만일 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설명을 들을 자격이 없다. 덧붙이자면, 토라짐의 대상자는 일종의 특권을 가진다. 다시 말해, 토라진 사람은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한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중 하나다. (87, ‘그 후로 오래오래’)

 

의사 전달을 잘하는 기본 요건은 자신의 성격 중 더 문제가 되거나 더 특이한 면이 있더라도 그 때문에 당황하지 않는 능력이다. 의사 전달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분노나 성적 취향 또는 일반적이지 않고 거북할 수 있는 자기 의견에 대해 자신감을 잃거나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 숙고할 줄 안다. 그들이 명료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수용 가능하다는 대단히 가치 있는 인식을 길러낸 덕분이다. 그들은 적정한 수준의 인내심과 상상력을 발휘하며 자신을 표현할 수단만 갖추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호의를 받을 만하고 또한 받을 수 있다고 능히 믿을 만큼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의사 전달을 잘하는 이런 사람은 어릴 적, 모든 면에서 적절하고 완벽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도 아이를 사랑할 줄 아는 보호자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축복을 누렸음이 분명하다. 그런 부모는 자식이ㅡ적어도 한동안은ㅡ가끔 이상하거나, 난폭하거나, 화를 잘 내거나, 심술궂거나, 기이하거나, 슬퍼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수용할 줄 알고 그래도 가족의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 자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줄 안다. 그렇게 하여 자녀가 성인이 되고도 고백과 솔직한 대화를 지속할 수 있게끔 하는 용기의 매우 귀중한 원천을 이루어낸다. (101, ‘그 후로 오래오래’)

 

미안해, 라비.” 커스틴이 진지한 상태로 돌아와 말한다. “당신이 떠나 있을 때 난 약간 못된 여자가 돼. 나를 떠난 점에 대해 응징을 하려는 것 같아. 참 어처구니 없지? 당신은 단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건데, 용서해줘. 난 가끔 제정신이 아냐.”

커스틴의 말은 금방 듣는 연고와 같다. 라비는 약간 말주변이 없고 전혀 독선적이지 않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녀의 통찰은 그녀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귀가 선물이자 그들의 사랑이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고의 보증서다. 그는 자신도 아내도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함께 살기에 가끔 꽤 힘든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특이한 신호를 주고받는 것뿐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115, ‘그 후로 오래오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란 쉽지 않은 선례다. 본질상 부모의 사랑은 그 사랑을 베풀기 위해 쏟은 노력을 감추는 작용을 한다. 부모의 사랑은 받는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의 복잡한 사정과 슬픔을 감추고, 부모가 사랑의 이름으로 다른 이익, 친구, 관심사를 얼마나 많이 희생했는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부모의 사랑은 무한한 너그러움으로 이 작은 존재를 한동안 우주의 중심에 놓는다. 부모의 사랑이 그토록 강한 것은 아이가 괴롭고 두려운 심정으로 어른 세계의 진짜 척도와 불편한 고독을 이해해야 할 그날을 위해서다. (155, ‘아이들’)

 

어린애 같은 건 어린애들만이 아니다. 어른들 역시ㅡ허세의 이면에는ㅡ장난스럽고, 어리석고, 엉뚱하고, 상처를 잘 받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겁에 질리고, 가엾고, 위로와 용서를 찾는 면이 있다.

우리는 아이에게서 사랑스러움과 여림을 보고 그에 따라 도움과 위안을 주는 데 능통하다. 우리는 아이들 곁에서 내면에 존재하는 최악의 충동, 복수심과 분노를 밀쳐놓을 줄 안다. 기대와 요구를 평상시보다 약간 낮게 재조정할 수도 있다. 화를 늦추고, 발현되지 않은 잠재성을 더 많이 의식하는 것이다. 이상하고 애석하게도 동료들에게는 보여주기 꺼려지는 정도의 친절함을 아이들에게는 쉽게 베푼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멋진 일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어린애 같은 면에 조금 더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면 더욱 멋질 것이다. (163, ‘아이들’)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 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236, ‘외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 그리고 각자의 시간과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고 인정하며 인생을 함께 한다는 것.

그 자체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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