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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의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팟캐스트를 들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 특히나 책이라면 당연히 종이책이지, 전자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팟캐스트와 전자책에 관심이 생겼다.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종이책의 물성을 사랑한다는 건 허위의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저자의 견해에 깜짝 놀랐다. (그런가? 그랬던 것인가! ) 그러다 일단 ‘밀리의 서재’ 앱을 다운 받아 첫달 무료를 신청해보았는데, 나는 미처 몰랐던 세계였다. 그냥 종이와 전자라는 단순히 수단이나 방법만의 차이가 아니었다. 글자크기, 줄간격을 보기 편한 방식으로 조정하고, 종이 띠지를 붙이지 않아도 하이라이트로 밑줄치기가 가능하며, 심지어 그것들이 아예 갈무리되어 정리가 되고, 일단 이북리더기는 없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보았는데 내 눈이 편한 방식으로 바탕화면 색이나 빛의 밝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좋구나, 이거. (이렇게 이북리더기를 또 검색해보게 되는데......)
읽고 쓰는 인간이었던 작가가 말하고 듣는 세계(팟캐스트)의 영역에 들어서면서 겪게 되는 일화들도 쏠쏠한 재미였다.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100쪽)’나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으로 만드는 왕국(234쪽)’ 이야기도 흥미롭다. “읽고 쓰는 것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좋은 사람은 그렇게 단순히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읽고 쓰는 행위의 목적이 좋은 사람 되는 것으로 한정될 수도 없고, 읽고 쓰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는 결과를 보장하지도 않지만. 말하기와 듣기의 세계가 읽고 쓰는 세계를 장악하는 현대에서 여전히 ‘시스템’이라는 것을 문제삼고, 사유하고, 읽고 쓰고자 하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말하고 듣는 사람 사이에서는 예의가 중요하다. 읽고 쓰는 사람 사이에서는 윤리가 중요하다. (54쪽)
책은 우리가 진지한 화제로 말하고 들을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98쪽)
요즘 나는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를 상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포털 뉴스 댓글이나 인터넷 게시판,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단행본으로 만들어 이야기하는 사회. 정치와 언론과 교육 아래 사유가 있는 사회. 책이 명품도 팬시상품도 아닌 곳. 아직은 엉성한 공상이고, 현실성에 대해서는 차마 말을 꺼내기도 부끄럽다.
다만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지금보다 저자가 훨씬 더 많아져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100쪽)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종이책의 물성이 아니라 책이라는 오래된 매체와 그 매체를 제대로 소화하는 단 한 가지 방식인 독서라는 행위다. 세상에는 그 매체를 장식품, 장신구, 장난감, 부적, 팬클럽 회원증, 후원금 영수증 등으로 소비하는 이들도 있다. 그것은 소비자의 자유겠으나, 그런 소비를 독서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113쪽)
이런 왕국을 각자 세우면 어떨까. 우리 모두.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당신 한 사람을 위한 정신의 영토, 취향의 도서관이 탄생한다. 탐색하고 고르는 일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고, 해보면 꽤 즐겁다. 읽고 싶은 책들을 숙제가 아니라 가능성이라고 여기는 것이 시작이다.
참고. 이 왕국은 한 번 건설하면 땅덩이가 끝없이 확장된다. 아시다시피, 읽고 싶은 책들은 읽은 책보다 언제나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난다.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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