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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정치 · 사회적 현실과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 소설이었다.
'기준'의 성공은 쓸쓸하고, '태주'의 죽음은 비참했고, '진아'의 말로는 처절했다.
제목으로 삼은 '선한 이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가의 주제 의식은 잘 알겠다.
하지만 극의 긴장과 연결고리들을 위해 만든 '연극적인 요소'들이
배경지식이 부족한 나에게는 도리어 글 읽기를 방해한 요소가 되었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밑줄 긋기
기준은 그들이 지겨울 정도로 성가셨다. 그러나 그들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선하다고 할 만했다. 그러나 세상은 선한 것만으로는 부족한 곳이었다. 대책 없는 선함은 어리석음과 다를 바 없었다. 경우에 따라선 기소를 당하거나 감옥살이를 면할 수 없었다. 착하기 때문에 그들은 나쁜 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기준의 잘못이 아니었다. 잘못은 어딘가 망가지거나 삐뚤어진 세상에 있기 때문이다. 종종 기준은 자신이 잘못된 세상에 부역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비뚤어졌건 망가졌건 그가 숙주로 삼아 살아가야 할 곳은 그 세상밖에 없었으니까. (17쪽)
진아는 그 밤 내내 태주를 무릎에 펼쳐놓고 책처럼 읽을 수 있기를 갈망했다. 오래된 이야기책처럼, 믿을 수 없는 모험담처럼, '내일은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별자리 점 책처럼. (128쪽)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건 살인자나 테러리스트 같은 악한이 아니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한 이웃들이다. 인간은 죽어서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지옥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고해성사를 하는 죄인처럼 말했다.
"범죄를 규정하는 건 의도가 아니라 결과야. 강요에 따랐든 자발적이었든 간에 거짓말은 거짓말이고, 범죄는 범죄야. 선의의 거짓말도, 어쩔 수 없는 범죄도 없어. 진실을 감추고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그냥 악일 뿐이라고." (246쪽)
일부 변용을 거쳤지만 나는 80년대의 분위기를 지금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애썼다. 1987년 6월이라는 시점이 2017년 6월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인간답지 못한 시대를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가능할까? 87년을 살아낸 사람들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준다. (작가의 말, 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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